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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서한]
인천지방경찰청장님께
지난 4월 성폭행 피해자를 조사하던 경찰관이 성폭행 피해를 재현한다며 성폭행을 시도했고 바로 어제(5월 11일) 구속된 사건이 있습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피해자가 처음 신고했을 당시에도 담당경찰관이 여성경찰관 입회 없이 임의로 신체의 각 부위를 검사하는 등 성추행한 혐의도 있다 합니다.
1980년대 서슬 퍼렇던 군부독재 시절 성폭력은 고문의 수단이었습니다.
여성들에게 있어 성폭력은 인격을 말살하고 수치심과 두려움에 평생 떨고 살게 하는 심각한 인권침해 현장입니다.
그동안 경찰의 자정노력과 인권교육, 성 평등 교육 등 의식개선 활동을 통하여 경찰관들의 인권의식이 많이 향상된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문제의 소지를 많이 안고 있습니다.
실제 성폭력 피해자중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전체사건의 2%정도에 머문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사회에서 성폭력피해자들이 겪는 이중 삼중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피해자에게 있어 상황을 여러 번 반복진술하게 한다거나 피해상황을 재현하는 과정은 또 다른 폭행이 될 수 있습니다. 기억하기도 싫은 일을 자꾸 반복하게 하는 것은, 성폭행 피해를 신고하고 가해자가 처벌되는 과정을 통해,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의 가장 큰 방해 요인입니다.
성폭력 피해사실을 신고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관들의 과도한 사적 질문이나 피해상황재연 요구 등으로 피해자들이 신고마저 기피할 정도로 경찰에 대한 불신은 크답니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성폭력피해상담소에서는 주로 잘 알고 지내는 경찰관들을 연결해서 사건을 진행하게 되기도 합니다.
성폭력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해도 없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의식수준미달의 경찰관의 경우 업무상이라는 이유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재삼 폭행을 가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상담실로 접수되기도 합니다.
성폭력피해자는 경찰을 믿고 모든 사실을 진술해야 하는데 이런 믿음을 한순간에 휴지통에 처박아버린 경찰관의 행동에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인천지방경찰청장님,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정의를 실천하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많은 경찰관들이 몇몇 자질이 떨어지는 동료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근무경력 12년이나 된 베테랑 경찰관의 후안무치한 행동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는 과정이 정의롭지 못하고 폭력적이라면 누가 경찰을 믿고 의지하겠습니까?
성폭력 피해자를 또다시 성폭행하려는 행동을 한 경찰관이 존재하는 이 현실은 경찰당국의 여성관련 범죄들에 대한 이해부족과 형식적인 인권교육의 결과일수도 있습니다.
이에 인천여성연대에서는 다시는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청의 철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우리의 요구]
1.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찰관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
2.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였을 경우 예방과 관리의 책임을 물어 대 국민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시기 바랍니다.
3. 경찰 성폭력 범죄 방지를 위해 성폭력수사 전문여성인력을 배치하십시오.
4. 모든 경찰서에서 경찰관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죄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관리점검을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
5. 여성폭력관련 수사 시 수사과정을 비디오로 녹화하여 증거로 보존하시기 바랍니다.
2006. 5. 12.
인천여성단체협의회, 인천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민우회, 인천여성의전화, 전국여성노조인천지부, 인천YW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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